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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에 자전거로 통닭 파티하러 가서

[사는 이야기]/자전거 감성여행

by 에이레네/김광모 2020. 12. 28.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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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아침,

"오늘 뭐 하십니까?"라고 보아너게님께 전화로 묻자.

"방콕"이라고 하신다.

"예양리에 피자 배달되나요?"라고 묻자,

"통닭만요."라고 대답하신다.

"그러면 성탄절 맞이 통닭 파티하시죠!"

부담을 드리지 않으려고 카카오페이로 송금을!

 

10시가 넘은 시간, 합강에서 12시에 만나자는 번개 약속한다. 아내가 자전거 탈 준비를 했기에 곧바로 출발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아니었다. 돌리던 세탁기는 '일시 중지'하고, 자전거 두 대를 3층에서 내리고 이것저것 준비하니 12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기는 어렵다.

 

집 앞이 하얗다. 밤새 눈이 내린 게다. 아내에게는 눈길이 위험할 수 있기에 조심해서 자전거 타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아내는 하얀 세상을 자전거로 달리는 게 마냥 좋다고 한다. 반석천 자전거 길을 달려, 세종으로 가는 자전거 길을 달리고 달린다. 이 길은 소음, 매연, 먼지로 줄곧 피한 길이었으나, 시간에 쫓긴 판이라 어쩔수 없다. 아내는 전기자전거라 이 길도 신나게 달린다. 시속 30km/h였다나.

 

보아너게님은 시간이 남아 합강에서 학나래교까지 마중나오겠다고 한다. 12시가 넘어 학나래교에 도착하니 그곳에 계시지 않는다. 학나래교에서 기다리다 먼저 합강으로 가고 계신단다. 합강에 다다러 인사한다. 그리고 집에 계신 사모님께 전화해 1시에 도착하니 통닭 주문하시라고 말씀드리고, 미호천을 달리다가 전화를 받으니 3시 넘어야 배달한다고... 통닭 파티 대신 라면 파티를 하기로. 강바람이 맞바람이라 체감온도가 낮고 구름도 힘들다. 하여튼 집에서부터 그 집까지 43km를 달렸다. 곧바로 사모님께서 라면을 끓여 주셔서 뜨끈하게 먹으니 최고 맛이다.

 

젖가락을 내려놓고 과일을 먹은 다음, 곧바로 보아너게님께 아내 오카리나 녹음실 꾸미는 데 쓸 음향 분산기(deffuser)를 만들 재료 준비 작업을 부탁했다. 자투리 각목을 여기저기서 모아 전기 톱을 써 20mm, 45mm, 60mm 길이로 재단했다. 거의 한 자루이다. 오후 3시에는 출발해야 40여 km를 달려 어둡기 전에 안전하게 집에 도착할 수 있다. 오랜만에 만났는데... 보아너게님이 차로 데려다 주신단다. "그러면 통닭 파티합시다!"

 

또 다른 작업을 시작한다. 준비한 허브 렌치와 윤활유를 꺼내서 보아너게님 자전거 허브를 분해해 베어링을 깨끗하게 닦고 윤활유를 바르고 베어링을 제자리에 넣고 조립한다. 누군가 오셨다. 통닭 배달이다. 빨리 결제했다. 그리고 핸들 각도도 바르게 잡는다. 타시더니, 아주 만족하신다. 그러고는 즐겁게 통닭 파티를!

 

해넘이 빛에 귀갓길이 풍족하고 편하다. 음향 분산기 재료 한 자루 그리고 고구마 한 상자까지. 사모님께서 "성탄절을 쓸쓸하게 보내지 않아, 기뻐요!"라고 말씀하신다. 참 잘 보낸 하루다.

 

고구마 맛있게 구워먹고 저녁 늦은 시간이라 쉬어야 하는데, 쉬지 않고 음향 분산기를 제작하기 시작한다. 재료를 반드럽게 해, 판에 접착재로 붙인다. 세 개를 만드니 자정이 넘는다. 과연 어떤 소리를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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