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대중교통으로 출근이 힘듦을 알기에 시간을 낼 수 있는 대로 돕는다. 딸을 데려다 주고 쉐보레둔산바로서비스에 예약한 작업, 엔진 오일 교환 진행하며 아내에게 전화해 묻는다. "여보, 1박 2일 여행 떠날까?" 아내는 서슴거리지 않고 "가요."라고 대답한다. 출발 시간은 두 시간 이내이다. 번갯불에 콩 볶는다!
아내는 지난봄과 여름이 무척 힘든 시기다. 3월 말에 경골 골절술에다 연골재생술을 받고 재활하느라 힘들고, 8월 초에는 아버지를 먼저 보낸 슬픈 시간이다. 아내에게 여행에서 쉼과 여유를 주고 싶은 생각에 1박 2일 여행을 꺼냈다. 더 솔직히는 헤브론 큰 형님 뵈러 가는 모임에 참여해 축구도 하려고.
하여튼, 야영하려고 텐트와 취사도구도 챙기고, 밥도 지어 담고, 간식도... 부리나케 떠날 준비를 마치고 축구할 시간에 늦지 않게 출발했다. 차량 점검도 마친 터라, 안전하다는 생각에 여유 있게 운전해 충북 제천 봉양축구캠프장으로 간다. 한 시간 넘게 달리다 고속도로 쉼터에서 잠시 멈춰 쉬며 보니, 계기판에 타이어 압력 표시가 정상치가 아니다. 높게 표시한 타이어 압력을 낮췄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바퀴 압력이 낮아졌다. 뭐지, 타이어 펑크인가. 불안한 마음으로 다시 운전을...
시간 여유가 있어, 가는 길에 중국성에서 삼선간짜장과 오징어짬뽕밥을 시켜 아내와 나눠 먹는다. 옆집 양평해장국이 쉬는 날인게 더 큰맛을 즐기게 한다. 애들에게 "우리 1박 2일 여행한다!"라고 카톡으로 알렸더니, 딸은 "우와와!" 라고 하고, 아들은 ""오~ 데이트다, 데이트. 좋은 시간 보내세유."라고 답장한다.
1시 30분 즈음 제천 봉양건강축구캠프장에 도착해 아내가 쉴 곳을 찾아본다. 주차장 한 모퉁이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아, 아내는 오카리나 연습하게 하고 나는 축구장으로. 초청팀이 있었으나, 코로나 상황으로 함께하지 못해 헤브론 청백전으로 진행한다. 첫 쿼터는 무려 40분 경기, 둘째와 셋째 쿼터 25분 씩, 그리고 마지막은 특별 경기 40분해서 무려 130분 뛰었다. 상대팀과 경기한 게 아니라 무더위와 경기한 기분이다.
경기 중간에 헤브론 류 감독님은 패스를 갑질 패스, 친구 패스, 주님 패스로 나눠 설명하신다. 갑질 패스는 공을 받을 선수 기량이나 상황은 살피지 않고 자기 편한 대로 하는 패스이다. 친구 패스는 공을 받을 선수가 아주 편하게 받게 하는 패스이다. 그리고 주님 패스는 준비하고 있는 자세로 다음을 이어가게 하는 패스이다. "제발, 갑질 패스는 하지 마세요!"라고 강조하신다.
왼쪽 수비수 역할에서, 소극적으로 공격 저지에 그치는 게 아니라 적극적으로 공을 빼앗아 반격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한 수 배우는 시간이었다. 성공하는 축구 선교에 세 가지 표지는 화목(질서), 유익(믿음), 소망(전문성)임도 배운다.
아내는 홀로 2시부터 6시까지 하얀 구름 벗삼아 오카리나 연주하다 재활 걷기 운동도 하며 애들과 카톡으로 이야기 나누며 기다렸다.
아내: "누워서 하늘 보기. 날씨는 덥지만, 이따금 시원한 바람이 좋아요~ *^"
딸: "우와아!"
아들: "오랫만에 자연 채집하시네유."
아내: "음~~ 봄, 여름을 다 방콕하려나 했더니, 이렇게 나오는 날이 왔나보다. 아무리 힘든 시기도 끝이 있고 더없이 즐거운 날들도 한때. 하루 하루를 감사하며 소소한 일상에 감사하며 오늘도 푸른 하늘과 흰구름 짙푸른 숨과 나무를 바라보며 감사합니다. 건강하고 진중한 남편과 어엿하게 잘 살아내는 자녀도 감사합니다."
아들: "좋은 시 감사합니다."
아내: "'고맙소'를 오카리나로 연주해야지~"
딸: "언제나 씩씩하고 든든한 엄마도 감사합니다."
아내: 날씨는 덥지만 한가한 주차장 트랙스 그늘 아래에서 오카리나 삼매경에 빠지다.
아내를 만나 짐정리하며 탁사정에서 있을 만찬에 참석할 지를 물으니, 참석하잖다. 마음에 든 선택이다. 탁사정으로 이동하는 데, 가까운 거리지만 타이어 낮은 압력이 계속 신경쓰인다.
탁사정에서 만찬은 류 감독님 생신 축하를 겸해 더 의미가 있다. 모두 축하하며, 특히 큰형님께서 주님께서 축복하시길 기도하신다. 오리백숙으로 몸보신을. 이 좋은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야영지를 찾아 헤맸을 것이며 늦은 시간에 라면을 끓여 식은 밥 말아 먹었을 텐데. 운동 격하게 한 터라 꿀맛이다.
헤어지는 인사를 드리고, 아내에게 "이제, 야영지를 찾아 봅시다."라고 했더니, 그냥 집으로 가잖다. 몇 해 전에 야영지 찾아 자다 고생한 기억이 꿈틀거렸나 보다. 나는 "오랫만에 여행인데, 그럴 수는 없지요. 그러면 숙박지를 찾아 봅시다."라는 말로 여행을 이어간다.
네이버 지도에서 숙박지를 검색해 가까운 곳에 가서 전화로 문의하려 했으나 연락되지 않는다. 킹으로 이동해 숙박비를 물으니 5만 원이란다. 가격 흥정하려 했더니, 다른 곳에 가서 알아 보란다. 킹을 포기하고, 여기어때 앱으로 스타에 예약하고, 마침내 스타가 됐다. 아내가 말한다.
"여보, 신혼여행 다음에 결혼생활 29년 만에 둘이서 호젓하게 하는 여행은 처음이에요."
아내 말에 뜨끔했다. 하여튼, 킹이 아니라, 스타가 됐다, 스타가 됐어! 스타는 1박 2일 여행에서 백미다.
둘째 날 일정은 트랙스 타이어 문제 해결로 시작한다. 서둘러 쉐보레 제천서비스센터에 도착하니, 직원은 아직 출근하지 않았다. 조금 기다렸다 진단해 보니 펑크는 아니란다. 그런데 타이어*크 공주점에서 지난 가을에 타이어 교체하면서 공기압 센서(TPMS) 위치를 흐트러 놓은 게 문제였다. 이런 이런... 그나마 다행이다. 공기압 센서 리셋 비용으로 딱 1 만 원을.
가까이 있는 의림지로 갔다. 아침 햇살이 부드럽고 의림지 풍광도 멋지다. 그곳에 아름다운 오카리나 선율을 띄운다. 한 곡, 한 곡, 또 한 곡...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김광석, 임영웅)
인연(이선희)
고맙소(조항조, 김호중)
가까이 정자에서 쉬시던 70대 노부부께서 박수하며 참 좋은 노래 연주해서 즐겁다고 하신다.
그렇게 호젓하게 시간을 보내다, 준비한 반찬과 밥에 그리고 컵라면을 곁들여 아침 겸 점심을 차에서 해결한다.
어디로 갈꺼나. 아내가 청풍호을 말한다. 잘 됐다. 호돌이 충주호 답사를 겸해 달린다. 한적한 호반길을 달리니 여름 더위가 함께한다. 옥순대교 풍광은 참으로 멋지다.
이제 또 어디로... 그렇지, 백두대간 언저리 길 자전거 여행 추억을 더듬으며 집으로 가자. 자동차에 주유하려고 한 곳에 들렸더니 영업하지 않는다. "이 녀석, 좀 먹여야 백두대간 산골에서 여유가 있을 텐데..." 주행 가능 거리가 80km에서부터 줄기 시작한다. 신경을 쓰며 죽령에 이른다. 먼저 우리가 먹기로 했다. 묵밥과 비빔밥을 주문해 두 맛을 즐기고, 전망대 누각에 누워 시원한 바람에 쉰다.
차를 먹여야 하는데... 긴장감이 도는데도 태연한 채하며 그냥 달려보기로 하고. 한적하고 시원한 백두대간 언저리 길 자건거 여행 추억을 소환하며 달리고 달린다. 동로 농협주유소에서 주유하고서야 여유를 부리며 이화령도 넘어 노을빛에 집으로.
참으로 좋다, 좋아! 중년부부 여행이 이 맛이로구나. 이것저것 꾸리지 말고 그냥 가볍게 가볍게, 빡빡한 일정 욕심내지 말고 여유롭게 여유롭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