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회 필리핀 목회자학교에서 헬라어 II를 강의해야 한다. 코로나 19로 전세계가 시끄럽다. 모든 일정이 취소될 수도 있었지만, 계획 대로 강행이란다. 아내도 딸도 한 걱정하는 듯하다. 그래서 어머님께는 아예 알리지도 않았다.
2월 2일, 정오에 집을 나서 택시로 대전청사시외버스터미널로 이동한다. 모두가 코로나 19에 우려하며 마스크 착용이다. 인천을 지나면서 기현이 성한테 카톡으로 일정을 알리며 기도를 부탁했다.
나: “성, 복된 날이길 *.^^ 필리핀에 가 헬라어 가르치려고 인천공항에 가고 있어요.”
성: “그려 기도할께요. 곧 라오스에서도 하세나.”
나: “네, 성님. 자전거 타고 갑시다 ^.**”
성: “좋제. 오늘 8차 항암 치료하러 잠시 후 입원혀요. 다음 주부터 자전거 타려고...”
나: “네, 기도로 함께합니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들어서니, 정말 한산하다. 아니, 을씨년스럽다. 코로나 19가 시작한 중국 우한은 어떨까를 잠시 생각한다. 이번 팀도 조촐하다. 총진행을 맡은 친구 정 목사님, 복음전도와 소그룹을 강의하실 곽 교수님, 그리고 헬라어를 강의할 나, 총 3명이다. 섬김이로 함께하려한 세 자매는 부모님 만류로 함께하지 못했다.
미래목회연구원에서 세 번째 특강 연구비를 후원받은 덕에 경제적 부담이 덜하다. 벌써 몇 달째 급여를 다 받지 못해, 마이너스 대출로 생활하는 상황이라... 20만 원을 필리핀 통화 페소로 환전하니 7,400페소이다. 필리핀 현지 교회(몬딸반교회) 방문해 설교하고 드릴 헌금, 지난 12회 필리핀 목회자학교 마치고 갈릴리센터 숙소에 쉬려고 돌아왔을 때 창고같은 방을 정리하는 데 수고한 자매들에게 감사선물, 그리고 가족을 위한 조그만 선물 준비할 셈이었다.
대한항공 외투보관 서비스가 무료라기에 의뢰했더니만, 4박5일까지만 이란다. 9박 10일이라 옷을 찾을 때 보관료 1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네... 왠지 털리는 기분이다. 그리고 탁구용품 한 상자와 헬라어 교재 한 상자인데, 비용을 생각해 하나로 묶는 데도 5천 원이다. 또 털리는 기분... 출국 수속에서 크게 털렸다. 필수품 스킨 로션과 밀크 로션을 내어놓아야 했다. 기내 수화물 가방에 액체 용기가 100ml를 초과했다는 이유다. 어쩔수 없이 급하게 면세점에서 살 수밖에. 이번에는 그야말로 크게 털린다. 무려 5만원씩이나. 그래도 정 목사님 해외로밍 쿠폰과 실라면세점 회원 가입으로 1만 5천 원을 할인받았으니 다행이다. 기억하기 쉽게 빗대어 말하면, 100점(ml)을 넘겨서는 안 된다.
무려 1시간이나 지연해 저녁 09:09에 이륙한다. 이륙하고 1시간이 지날 때 즈음, 기내식 식사시간이다. 기내식 맛있게 잘 먹고, 화장실 가려고 신발을 신다가 그만 손톱이 꺾여 깨졌다... 기타 연주 연습하려고 관리하는 참인데. 지난 연초에는 불광동교회 59주년 기념예배 및 선교대회 참석하려고 집을 나설 때도 같은 일이 있었다. 이것도 털리는 현상인가... 이문세 콘서트로 비행기 여행을 즐기자.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공항에서 케손시티에 있는 갈릴리센터에 도착하니 소요시간은 불과 30여 분이다. 보통은 거의 2시간 걸려야 하는데. 비행기 이륙 1시간 지연을 보상받은 기분이다. 새벽 2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 수 있었는데, 옥상에서 새벽 닭이 울고 울고 또 우는 바람에 잠들기가 힘들다. 개까지 짖는다... 하여튼 잠들었나 보다.
갈릴리센터 4층 숙소에서 바라본, 이른 아침 풍경이다. 신도시 개발로 이주한 사람이 주로 사는 산동네 마을이다. 마음이 차분해진다. 내 어린시절 분위기라... 간단히 필리핀 아침 방, 판티살로 아침을 간단히 먹고 쉰다.
점심을 먹고 13회 필리핀 목회자학교를 진행할 캠프장 His Land로 출발을 준비한다. 숙소를 나서려다 문 밖 풍경을 남긴다. 왠지 기분이 묘하다. "나는 갇혀 있었나 보다." 안전 문제가... 하늘은 높고 푸르기만 한데.
케손시티를 출발해 Santa Maria에 자리한 캠프장 His Land까지 이동한 거리는 40km인데 소요 시간은 무려 한 시간 반이다. 평균속도가 28km이니, 교통체증이 아주 심하다. 두 번째 찾은 곳인데도 정감이 넘친다. 참으로 귀하디 귀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성경 가르침에 관심이 큰 필리핀 목회자와 신학생생을 만나 교제하고 공부하는 곳이어서. 지난 번에는 박상진 선교사가 통역한 덕에 쉽게 헬라어를 강의했는데, 이번에는 통역 없이 강의해야 한다고 진행팀이 전날 저녁에 알려준다. 하하, 이를 어쩌나. 영어로 헬라어를 가르쳐야 한다. 잠들지 못하고, 숙소 밖에 나와 산책하며 기도한다. "주님, 도우소서."
헬라어를 영어로 강의하니 기분 좋은가 보다. 설마... 필리핀 목회자에게 헬라어를 가르칠 수 있어 기쁜 것이다. 그들이 헬라어 공부를 포기하고 더는 강의 요청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감동받아 웃는 거다. 첫날 오전과 오후 강의는 복습한다. 직설법 ω동사 현재 시상과 미래 시상 변화 그리고 기본 용법, 2변화 명사 변화표, 1변화 명사 변화표 그리고 기본 용법 등등. 그들은 벌써 로딩 중이란다. 힘들어 한다. 나는 웃음으로.
둘째 날, 셋째 날, 그리고 넷째 날까지 형용사 1, 2변화와 용법, 직설법 ω동사 미완료 시상과 부정과거 시상 변화 그리고 기본 용법, 완료 시상 변화와 기본 용법, 전치사, 지시대명사까지 공부했다. 힘들어하며 로딩 중이라고 하기에, 농담으로 노트북 램을 머리에 넣어 업그레이드해 주겠다고 했다. 한두 학생은 포기한 듯하다. 그런데 지난 강의 때는 함께하지 못했지만, 처음 함께한 두 사역자는 재미있다며 잘 따라온다.
학습 경험을 나누는 한 사역자는 진도만 나가지 않고 이해했는지 확인하고 개인 점검하며 강의를 진행하고, 열정으로 강의해서 고맙다고 말한다. 그러자, 목회자와 사역자들은 한목소리로 "Greek III"를 반복해 외친다. 나는 세 손가락으로 반응했다.
7년 전에 동료 교수진이 필리핀 목회자학교에 동역하자고 했을 때, "제가 가는 일은 없을 겁니다."라고 했다. 변명하자면 교육선교 자체를 거부한 게 아니라, 연변에서 교육선교하다 겪은 시린 아픔이 있어서다. 그런데 힘들어 하는 친구 정 목사를 돕겠다는 작은 마음으로 12회 때부터 참가했다. 이제는 필리핀 사역자가 헬라어 신약성서 읽기에 도전해 포기하지 않고 강의를 요청하니, 나는 행복하게 계속 탈탈 털린다. 벌써 7월을 기다린다. 14회 필리핀 목회자학교에서 헬라어 III를 강의할 때는 신약성서를 더 심도있게 가르칠 수 있기에. 이렇게 살 수 있어, 행복하고 감사하다. 신약성서를 공부하자는 데, 어찌 피할 수 있으랴!
Jayson Caores 목회자와 페이스북 메시지로 대화한다.
"See you on July?"
"Yes, pastor. We will study the Greek, which will be helpful to interpre the Greek New Testament."
"Oh Amen, so hard but profitable and very helpful for us. Thank you very much for your concern to us Pastor."
"I know your passion to learn God's Word, which leads me to teach you the Greek. It's my plesure. I pary that all of us will be strong and happy with His Word."
"Amen Pastor, God bless you more. Pastor, regards to your wife Mam. Eirene. Hope someday you will go with her here in the Philippines."
"Thanks a lot. η ειρηνη του θεου σοι"
재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이번에는 선교비로 한푼도 보태지 못했다. 사실은 지난 번에도. 무임승차한 기분이라 후원자를 찾아 모금하는 데 수고하는 친구 정 목사에게 미안하다. 이 좋은 일, 교육선교에 자기 소중한 재산을 털어주실 후원자가 함께하면 참 좋겠다. 헬라어로 신약성서를 해석해 설교해야 기독교회가 건강하게 지속하고 하나님 나라 선포와 확장에 크게 이바지하는 이 가치 있는 일에 함께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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