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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장님, "민망합니다!"

[사는 이야기]

by 에이레네/김광모 2010. 5. 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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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전현충원 특별묘역에 천안함 46명 용사 안장한 다음 날, 4월 30일 오후 3시 즈음에 역사에 기억되며 기념될 현장을 찾았습니다. 순국 장병들을 특별 예우한다는 차원에서 현충원이 사병 제3묘역에 처음으로 조성한 곳이죠.



"조국을 사랑한 대한민국의 아들!"이라는 문구, 그리고 "서해바다 수호영웅 천안함 희생장병들"이라는 문구를 보고 묘역으로 다가갔습니다. 전례를 깨고 46명의 묘역은 한 곳에 가지런히 자리합니다. 그리고 중앙 앞 부분에는 기념비가 있습니다. 참배객들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집니다. 개인별로, 가족단위로, 또는 단체로. 기념비에는 참배객들의 헌화가 수북합니다.




그런데 한 참배객은 헌화할 꽃을 찾는데 한 참을 보냅니다. 시들어버린 꽃을 차마 놓을 수 없어, 그 중 가장 성한 꽃을 찾느라. 그 모습을 보며, "이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습니다.

"무슨 최고의 예우란 말인가!" (마음이 참으로 씁쓸했습니다.)


유가족도 다시 찾아 참배를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 근무 중인 분에게 관리담당부서에 연락을 취해 모종의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부탁을 한 차례, 또 한 차례했습니다. 그 분은 알았다고만 말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리고 다른 분과 상의하더니 우리 부서의 일이 아니니 민원실에 가서 직접 말하라고......



"아, 이것이 이 나라의 현주소인가 봅니다!" 한쪽에는 다 시들어 버린 꽃 몇 송이만 있으며, 다른 쪽에는 빈 통만 덩그러니....... 모 방송사 촬영진에게도 말했습니다. "이런 무성의한 관리를 보도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냥 집으로 향할까 하다가, 민원안내실로 갔습니다. 두 명의 요원이 근무 중이었습니다. 깨어 있는 한 명에게 헌화 관리 관련해 말했더니, 담당부서아 아니라며 현충팀 사무실로 가라고.......

민원안내실를 나서면서 "행정 서비스 헌장"을 읽었습니다.


현충팀을 사무실을 찾아가, 헌화할 꽃이 너무 시든 상태이니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담당직원은 입장을 분명히 밝히더군요. "어제 행사 후, 남은 것을 그대로 둔 겁니다. 꽃이 하루면 시드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헌화는 참배객이 준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한 마디 했습니다. "참, 쉽군요!" 목소리를 높이며 강하게 말하자, 담당직원은 확인해 보겠노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명함 한 장 받아들고 돌아섰습니다.
 
"원장님, 민망하지 않습니까! '열린 현충원, 밝은 현충원'이라 평가하실 수 있습니까? 원장님, 어제 최고의 예우를 하셨다면 오늘도 내일도 같은 자세를 견지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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