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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 자전거 탐사 1일차 (8월 1일, 목포~영광 157km)

[사는 이야기]/자전거 감성여행

by 에이레네/김광모 2018. 9. 21.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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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해안 탐사 1일차: 목포~영광 가마미해수욕장 ] 

    한 선배가 자기 휴가 때 영산강 자전거길, 섬진강 자전거길, 금강 자전거길을 달리고 싶으니, 내게 이미 달려본 경험이 있는 선배라며 함께 달리자고 서너 달 전에 요청했다. 그래서, "콜 *.^^"

    7월 31일 20:35, 목포행 ITX-새마을호를 예약했지만, 열차에 자전거 휴대 금지 경고글이 온라인 이곳저곳에 있어, 승객에게 폐를끼치지 말자는 생각에 두어 시간 남겨 놓고 취소했다. 

     챙긴 짐을 확인하고, 일단 대전청사터미널로 가서, 광주행 버스를 탔다(19:35). 광주에 도착해 목포행 버스를 예매하려는데 동행하기로 한 선배가 전화를 했다. "계획을 취소해야 것다야." 집에서 인천버스터미널로 이동하다 낙차로 크게 다쳐 피 흘리고 있다고... 다행히 헬멧을 썼기에 머리는 다치지 않았다고.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선배는 급히 아내를 불러 차로 응급실에 갈 생각이라고. 나는 응급조치 잘하시라는 말로... 

   삶이 그러하듯이, 여행에도 변수가 있다. 아니, 삶이 여행이니 젼수는 늘 있기 마련이다. "이제,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대전 집으로 돌아갈까, 아니면 모처럼 나선 길이니 혼자서라도 가야하나.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대전행 버스를 살펴보니 22:00 막차가 막 출발했다. ... 마음이 편치 않다. 시간은 간다... "그래, 일단 목포로 가자." 


    00:00 목포행 버스에 올랐다. 버스는 한 시간 거리를 달려 목포에 도착했다. 배 고픈 것도 해결해야 하고, 하룻밤 지낼 곳도 찾아보자. 하당보석사우나를 검색해 이동하고, 직원에게 자전거 보관을 물으니 안내대 옆에 둬도 좋다고 진철하게 대답한다. 먼저 계산(9,000원)을 하고 자전거를 두고, 심야머슴짜장집에 가서 냉콩국수를 시켰다. 7,000원을 지불하니 아내표 맛이 더 사무친다. 먹고나니 1시다. 샤워하고 쉬자! 

<2018년 8월 1일>

    잠을 설치다 바닷가에서 일출을 볼 생각에 일찍 길을 나섰다. 일출을 보기엔 시간이 늦었다. "어디로 갈꺼나!" 신안 천리천색길을 달려 보기로 한다. 우선, 압해도부터 가 보자. 압해대교를 건너야 하는데, 진입로 찾기가 어렵다. 이리저리 헤매다 검색하니 자전거 통행금지란다. 북항에는 배편이 있을까 해서 갔더니. 없다. 어찌 할까. 어쩔 수 없다. "법적 제한을 넘어, 그냥 건너야 겠다." 무리하게 압해대교를 자전거로 건너, 무사히(?) 압해도에 도착했다.


 <07:40>신안군청에 가서, 이른 시간인데도 근무하는 직원에게 하소연했더니, 행정적으로 목포시와 협의했으나 통행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고. '안전' 문제로 통행 제한하는 듯한데, 그렇더라도 빨리 해결하길 바란다


그리스도인 눈에는 '십자가 길'이다. "그런가, 그렇다"라고 말하기 앞서, 지금 내 삶을 보여준다.


<09:37> 죽도 노두길에 이르렀다. 더위가 장난이 아니다. 혼자 놀기로 쉬어 가자꾸나. 


다시 달린다. 아침을 먹지 않고 출발한 터라, 배가 엄청 고프다. 그런데 딱히 먹을 곳이 없다. 자주 챙긴 영양식 하나도 없다. 출발하고 5시간인 11시가 돼서야 아침을 먹을 곳을 찾았다. 송산분재공원 주차장에 이르러 드림하우스해원. 새벽 1시에 냉콩국수를 먹고 아무 것도 먹지 않았으니, 몇 시간만인가. 혼자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오징어덮밥 뿐이다. "그래도 좋다. 먹을 수 있다니!"

냉수를 들이키고 음식을 기다리며 유리창으로 본 풍광은 한폭의 멋진 그림이다. 직접 염색한 제품도 진열해 판매한다. 오징어덮밥을 먹고 공기밥 추가 주문하니 공기밥이  없다더니, 그래도 반공기를 찾아 주신다. 시원한 커피를 포함해 식비는 무려(?) 15,000원이다. 깜놀! 물이라도 더 챙기자.


송공선착장에 이르니, 배 한 척이 어딘가로 떠난다. 배편을 다른 섬으로 연계할까, 아니다. 시간과 주머니 사정이... 발리매점에서 물을 사고, 무안으로 북상. 


천리천색길, 관리가 잘 안 돼 자연 장애물이... 자연미로 즐기자.


77번 도로를 타고 북상하다, 13:00 즈음 김대중대교에 이른다. 폭염과 투쟁하며 달리다보니 지친다. 쉬자, 쉬어! 정자에 누워 시원한 바람을 찾아 이리 저리 뒤척여도 무덥기만하다. "안 돼겠네. 그냥 달리자." 김대중대교에 이 쪽길이 있어 안전하게 자전거로 건널 수 있다. 압해대교도 이래야 하는데!

김대중대교에서 바라본 풍광, 참으로 멋지다. 사진으로는 폭염을 느낄 수 없으니, 이 장면에서는 사진의 한계가 밉다.

무화과는 익어가는데 먹어보지도 못한 채 향기에 취해 무안을 지나며 다시 잠시 어디로 갈지 생각한다. 지도로 가서 천리천색길을 계속 탐방할까. 이 더위에 무슨. 다음에 하기로 하고 오랫동안 염두에 둔 서해안 탐방 계획을 실행하자. 좋다! 


<15:26>  무안을 지나니 함평이다. 77번 도로를 벗어나 돌머리해변으로 가다, 잠시 그늘에서 쉰다. 폭염은 아랑곳하고 여유만 보이는 사진, 참 야속하다.


갯고랑, 작품사진 소재다. DSLR과 대구경 렌즈를 챙길 걸... 그것도 잠시다. 그 무게를 어떻게 싣고 달리려고.


<15:50, 출발지에서 70km 지점> 돌머리해변에서 이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며 시원한 바람을 맞는다. "좋다, 좋아!" 이 아름다운 풍광에 아내, 딸, 아들, 가족 생각이 마음에 파고든다. 


<16:00> 돌머리해수욕장에서 가까운 거리, 저 멀리 한옥마을이 시선을 끈다. 길, 바다, 집, 하늘이 잘 어울려 멋지다. 그래도 더위는 날리지 못하네. 이런!


<17:00, 출발지에서 80km> 서해안을 새롭게 생각하게 한 곳이다. 함평을 지나며 서해안을 아주 새롭게 느낀다. 경험도 없이 박힌 서해안 평판을 저 바다에 담가 놓는다.


<17:30> 향화도-도리포 다리를 건설한다. 이 대교 완공으로, 무안을 거치지 않고 바로 지도로 다닐 수 있겠네. 앞으로 2년은 걸리겠지.


<18:20, 출발지에서 90km 지점, 13시간 이동> 설도항 부두횟집에서 식사다. 이게 점심인지, 저녁인지. 하여튼 둘째 끼니다. 한끼로 13시간 이동이라니. 제 정신이 아니다. 11,000원이 아깝지 않다. 공기밥 한그릇 추가해 꿀꺾! 물도 충분히 챙기고. 서해안 일몰은 영광 백수해안도로라 하지. 서둘러 먹고 무리해 달려볼까!


<19:30, 출발지에서 100km 지점> 77번 도로를 타고 북상하는데, 해넘이가 벌써... 도로를 벗어나 논길을 따라 바닷가로 달려 달려. 오메가 일몰이다. 다시, "아, 카메라, 망원렌즈!" 대박 작품을 건질 수 있는데. "그냥 가슴에 담자."


<20:00> 일몰빛 사진놀이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어두움이 짙어가 만 간다. 불빛을 보니 77번 도로에 쉽게 갈 수 있으려나 했는데... 양어장 길에서 헤맨다. 정작 나를 위협하는 건 다름 아닌 목줄 없는 개다. 양어장을 지키는 맹견이 지나는 곳마다 으르렁 대며 달려든다. 한 마리를 재치고 달려 지나면 또 한 마리가... 순간 공포감이 몰려든다. 물리면. 네 다섯마리를 채쳤나. 온몸에 식은 땀 범벅이다. 휴우... 


하룻밤 머리 둘 곳을 찾아야 하는데. 어디서 쉴 수나 있을까. 폭염에 132km를 달렸기에 그야말로 개피곤이다. 쉴 곳을 찾기가 폭염 더위보다 더 힘들다. 성수기라, 비용도... 결국 백수해안도로는 어두운 밤길에 두리번 두리번 하며 23km를 더 달렸나 보다. 노숙을 해야 할 처지다... 

<22:00> 17시간에 155km 이동한 지점, 가마미해수욕장에서 하룻밤 지샐 수 있을까. 그런데 해수욕장 관리위원회 직원은 퇴근하고 아무도 없다. 무단 점거해 노숙할까. 그럴 수야 없지. 종점슈퍼에서 물과 간식을 구입(3,000원)하며 민박할 수 있냐고 물었더니, 성수기라서... 하룻밤에 무려 15만 원 가량이란다.

가마미해수욕장 노점 까페 운영하는 분께 상황을 알리니, 관리하는 주민대표에게 연락해 심야 출근하게 도와준다. 몽골 텐트 1일 사용료 25,000원에 샤워장 사용료 2,000원을 지불하고, 씻고 쉰다. 가마미해수욕장, 잔잔한 바람과 파도소리 들으며 하룻밤 쉼터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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