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인 김호 감독, 가슴 아픈 축구철학의 야망을 쏘다
일시: 2008년 5월 30일 저녁 7:30
장소: 대전시티즌 구단 부대시설 홀
5월 30일 저녁 7:30, 대전월드컵경기장 서관 3층에서 대전시티즌(DCFC) 명장 김호 감독이 삼성하우젠 K-리그 2008 전반기를 2승 5무 4패(승점 11) 순위 10으로 마치고 응원해 준 팬들과 대화를 나누기로 한 시간이다. 프로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200승을 달성한 김호 감독은 대전에 연고를 둔 언론사들과 인터뷰로 인해 약속 시간에 조금 늦었는데, 그때까지도 저녁식사를 못한 상황. 그래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어색하고 경직된 분위기를 반전시키면서 서포터즈들을 포함한 팬들과 대화 시간을 노련하게 이끌어갔다.
“이제 보내는 아픔을 털고 변화하자!”
김호 감독은 팬들의 가슴 한 구석에 멍들어 있는 아픔을 파악한 듯, 화두로 “보내는 아픔”을 토로한다. 팬들의 가슴에 앙금으로 남아 있는 아픔을 위로하는 센스를 보인다. 김 감독은 특정의 몇 선수를 생각했겠지만, 팬들은 전임 주장이었던 강정훈 선수를 비롯하여, 최윤열 선수, 임영주 선수, 김창수 선수, 이세인 선수, 장현규 선수, 정성훈 선수, 그리고 외국인 선수 슈바, 브라질리아, 데니손 등을 생각했을 것이다. 김 감독은 변화해야 할 시기라, 그리고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한다.
김호 감독은 서포터즈들과 팬들에게 특정 선수보다 팀과 구단을 더 좋아해 달라고 부탁한다. 운영방법을 전환해야 할 때 팬들이 걸림돌이 되지 않길 바란다고 힘주어 말한다. 올해 다시 6강에 진입하고, 차후에 4강 그리고 우승을 할지라도 재정적 능력이 없으면 팀을 운영하기 힘들다. 선수를 스카우트하고 원활히 운영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 재정이 열악한 상황이니, 팬들이 생각을 바꿔 주길 부탁한다. 그는 자신은 나이가 있으니, 앞으로 1-2년 정도 팀을 이끈 후 기분 좋게 떠났으면 하는 바람을 넌지시 비춘다. 그러니 구단과 감독을 지지하여 큰일을 이룰 수 있게 해달라고 말한다.
김호 감독은 자신의 축구세계를 간략히 말한 후, 팬들의 질문에 우회적으로 대답하면서 자신의 야망을 제시한다. 그 진솔한 대화를 들어보자.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지 않은가?”
현재 3-4명을 테스트 중이지만 확신이 서는 선수를 발굴할 때 까지 견디고 있다. 은퇴를 앞둔 기량 있는 선수들은 보통 50-60만 불을 요구하기에, 현재 구단 형편으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오히려 기다리며 기대가 촉망되는 선수를 확보하는 편이 더 유익이다.
“선수들이 서포터즈만이 아니라 관중석에 있는 팬들에게도 감사 인사해 주었으면”
먼저 축구장의 보안과 안전이 먼저 확보되어야 한다. 그래야 선수들과 팬들이 더 가까워 질 수 있으며, 팬들도 축구 관람을 즐길 수 있다. 이런 현실은 체육정책의 미흡에서 기인한다. 정치관련 인력은 30%정도면 되고 나머지 70%는 체육전문인력이 되어야 한다. 축구는 온 가족이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스포츠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이 아직 프로선수가 덜 된 부분도 있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프로선수는 팬들에게 적절히 호응하는 순발력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축구선수는 연예인이 아니다.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러야 쇼맨십도 어울린다. 기다려 달라.
“나광현 선수의 경기력은 어떻게 평가하는가?”
선수는 경기를 잘 할 수도 있고 못할 수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면이 있기에 드래프트제를 폐지해야 한다. 대신 연습경기를 통해 선수들을 확인한 후 스카우트하는 제도가 시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우승제 선수는 공격수이지만 공격적 파괴력이 미흡해 수비수로 기용하여 경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팀의 파괴력 부족을 잘 알기에, 전반기에 슈바가 없는 것이 두고두고 아쉽다. 13억 5천만원에 슈바를 스카우트하니, 우리로서는 잡지 못하고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슈바가 그립다.
그렇기에 2군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것이 10억으로 100억을 만드는 현실적 대책이다. 나광현 선수나 우승제 선수가 굴곡을 보이며 경기하고 있지만 내년을 기약하며 만들어 가고 있다. 곽철호 선수 역시 기대주이지만 파괴력이 부족하며 게을러서 운동을 열심히 안 하니 부상을 쉽게 입는다. 울산 선수 5명 연봉이면 대전시티즌을 운영할 수 있을 것이다. 가슴이 아프다. 나는 한 팀과 경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14개 팀과 상대한다. 그래야 우승에 다가갈 수 있다. 우승하기 위해 때로는 지는 경기를 해야 할 경우도 있다. 그러나 팬들은 재미없는 경기를 원치 않을 것이다. 우수한 선수를 보유한 울산의 김정남 감독이 대전시티즌을 상대로 11라운드에 보인 경기력은 사실 창피한 수준이었다.
“에릭과 구단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다고 하던데요?”
불화는 아니다. 계약하기 전에 메디컬 체크를 심도 있게 했어야 했는데 재정적인 사정으로 그렇게 하지 못했다. 발목뼈가 신경을 누르고 있어, 수술하면 4-5개월 소요된다. 그것도 독일에 있는 좋은 병원으로 보낼 경우 그렇다. 고종수 선수도 발목에 약간의 문제가 있다. 시즌 후 수술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종수 선수를 2년 전에 만났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팬들은 한 선수 한 선수를 한 인간으로 존중해 주어야 한다. 고종수 선수에 대해서도 기다려 주어야 한다.
“지나치게 고종수 선수 중심으로 경기하는 것이 아닌가?”
아직 어리고 경험이 적은 선수들에게는 순간의 지도력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고종수 역할은 중요하다. 축구인으로서 외부 소문보다 내부에 대한 정확한 분석을 토대로 긍정적으로 시각을 가져야 한다. 고종수 선수의 브랜드를 인정하고 그 가치를 높이 평가해 주어야 한다. 고종수 선수를 이용해야 우리 팀이 강팀이 될 수 있다. 신예 김정훈 선수(19살)가 곧 합세할 것이다. 지금 펼쳐지는 한 경기만 보고 평가하지 말자. 나는 공격 축구로 상대를 제압하고 싶다. 그렇기 위해서 고종수 선수가 필요한 과정이다. 이번 청평 전지훈련으로, 선수들은 많이 성숙해 질 것이다.
“김길식 선수가 한국에 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ID카드 문제가 남아 있다. 현재 구단이 8개월 급료를 미지급한 상태여서, FIFA에 제소한 것으로 안다. 그는 성실하고 열심히 있으며 특히 투쟁력이 있어 잘 할 것으로 기대한다.
“최은성 선수가 아주 잘하고 있지만 골키퍼를 양성해야 되지 않는가?”
최은성 선수는 지도자로 남길 원한다. 유재훈 선수는 안정감이 부족하며, 양동원 선수는 올림픽 후에야 활약할 수 있는 형편이다. 내년에 골키퍼 2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그리고 골키퍼코치 코사가 와서 최은성 선수에게 지도력을 전수하는 동안, 최은성 선수는 계속해서 플레잉 코치로 경기에 임할 것이다. 최은성 선수는 대전시티즌 창단선수로서 레전드로 남을 것이다.
물론 우승하고 싶지만, 당장은 그 발판을 놓는 일이 우선이다. 국제경기 경험을 통해 선수들을 호랑이로 만들 수 있다. 그럼에도 외국팀의 초청이 있어도 수락하지 않는 것은 내실화에 충실할 단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월남에서 경기는 경험을 위해 필요하다.
“주장 고종수 선수는 심판의 부당한 판정에 보다 강력히 항의할 필요가 있지 않는가?”
규정상, 선수는 심판에게 항의할 수 없다. 심판은 자기가 판정하고 싶은 대로 권력을 행사한다. 심판도 선수와 마찬가지로 팬 서비스를 생각해야 한다. 심판 만능주의가 축구장을 개판으로 만든다. 내가 축구협회에 다시 갈 기회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심판들이 소신에 따라 양심적으로 판정하며 경기를 운영하게 할 것이다. 심판들은 한 경기당 12Km 정도 뛰어야 하는데, 거의 뛰지 않는다. 뛰어야 눈앞에서 판정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관리 시스템이 없다. 그래서 불이익을 보고 있다.
또한 내가 한 때 축구협회에 몸담은 적이 있어, 김호가 미워서 그렇게 부당하게 판정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축구계에 내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축구계가 올바르게 그리고 민주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 축구수익금은 사회에 환원되어야 한다. 영수증도 없이 재정이 집행되는 것은 무엇을 뜻하겠는가? 축구계가 축구지도자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이다. 내가 회장한 경력이 있어, 눈에 가시일 것이다. 지난 울산전, 선수층이 두텁지 않아 정말 가슴 아팠다.
“유소년대회를 개최하겠다고 했는데, 어떤가?”
현재 유소년시합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상황이 어렵다. K-리그, 2군리그, 컵대회, 그리고 유소년경기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쉽지 않다. 운동장이 부족하며, 예산이 없고, 심판도 부족하다. 그나마 소규모로 유소년시합이 진행되는 것이 다행스럽다.
“경기 MVP를 선정했으면 한다”
기업의 후원을 받아 경기 MVP를 선정한 적이 있으나 지금은 시행하지 않는다. 그 내막은 잘 모른다. 시행된다하더라도 감독이 선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팬이 선정할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기자단이 선정하면 더욱 좋겠다. 유럽의 스포츠 기자들 경우 감독이상의 실력가들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자들은 단순논리로 선수들을 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 곧 화이트 박스를 논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올해 기대하는 성적은?”
올해도 6강 진입하고 싶다. 단, 선수확보율이...... 김정훈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제가 나이가 있어 건강도 신경 써야 하지만 운동장에서 죽는 것도 축구인으로서 기쁨이다. 6월이 되면 월남전에서 전사한 형 생각을 하며, 어떤 아픔도 딛고 서겠다는 결심을 한다. 몇 일전에도 동작동 국립묘지에 다녀왔다. 좋은 곳에서 정신적 쉼과 보강, 정신적 지수를 만난다. 우리 모두가 좋은 마음으로 스포츠를 승화시켜야 한다. 우리 대전시티즌에도 좋은 날이 올 것이다.
“최근 두 경기는 종료 직전이 좋았는데요?”
세트 플레이 상황에서 전문 키커가 부족하다. 고종수 선수는 근육상의 문제가 있기에 가능한 절제하게 한다. 이동근 선수나 권혁진 선수가 좋다. 그러나 권혁진 선수는 체력이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센터링도 좋지 않아 너무 길거나 짧다. 무엇보다 전체적으로 슛팅에 자신감이 부족하며, 기회 포착 능력이 더디다. 김창수 선수를 보낼 때 가슴이 아팠다. 이런 면에서 선수들이 눈을 떠야 한다. 운동장이 한 눈에 들어오는 능력이 선수들에게 요구된다. 축구는 3차원, 곧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요구한다. 이런 능력을 갖추려면 선수들은 눈물을 많이 흘릴 것이다. 그러면 지금은 하위 팀이지만 막강한 재정적 능력으로 운영되는 강한 팀들을 욕 먹일 수 있다.
축구는 몸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으로 해야 한다. 공을 잡고 멈추는 동작에서 그쳐서는 안 되며, 연결 동작이 보다 중요하다. 성인 축구는 이해하며 플레이해야 한다. 어린선수들은 공을 멈추기까지는 하지만, 드리볼로 치고 갈 것인지 패스할 것인지 연결동작이 부자연스럽다. 프로선수는 아마추어 선수 수준 그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다시 심판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심판이 선수를 보호해 주어야 한다. 특히 스타 선수는 보호해 주어야 한다. 협회나 구단들 간의 역학 관계에 개의치 말고, 소신껏 정직하게 판정하는 선진국형 심판이 되어 주길 바란다.
김호 감독은 “구단, 선수단, 팬들이 연합해서 대전시티즌이 올 해도 좋은 성적을 내길 원한다”는 말로 팬들과 진솔한 대화 시간을 끝냈다. 간단히 정리해 보자. 구단은 재정 능력 확보해야 하며, 선수들은 프로다운 실력으로 경기해야 하며, 팬들은 선수들을 인정해 주며 한 소리로 응원해야 한다. 또한 협회는 건전한 축구문화 정책을 기획 및 추진해야 하며, 심판진들은 공정한 판정으로 경기를 이끌어야 하며, 스포츠기자들은 화이트박스까지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야인 김호 감독의 축구철학의 야망이 실현되면 한국축구는 장족의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우선해야 할 일은 올해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는 쾌거를 달성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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