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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현 박사의 “바울의 대필자(代筆者) 사용에 관한 소고(小考)”에 관한 논찬

[에이레네 신약연구]/신약성서연구 NT Studies

by 에이레네/김광모 2009. 10. 20.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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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현 박사의 “바울의 대필자(代筆者) 사용에 관한 소고(小考)”에 관한 논찬

김광모 (성서침례대학원대학교)

 

 

  본 논찬자는 김문현 박사가 심혈을 기울여 연구한 논문을, 일반 관례에 준해 먼저 요약하고 이어서 논지를 평가하겠다.

 

<요약>

 

I. 들어가는 말

  김문현 박사는 바울서신 저자인 바울과 대필자의 관계, 특히 후자의 역할과 한계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이 문제를 고찰하겠다는 말로 “바울의 대필자(代筆者) 사용에 관한 소고(小考)”를 시작한다.

 

II. 고대세계의 대필자 사용

  김문현 박사는 고대세계 작가인 키케로, 퀸틸리아누스,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키에실리우스 세쿤두스 등의 예를 들어 대필자가 사용된 것이 분명하다고 설명한다. 대필자에 대한 신뢰에 따라 그리고 대필자의 작문 능력에 따라 자유가 주어졌다고 말한다. 또한 메소포타미아의 서신들과 아람의 서신들 그리고 이집트 서신들에서도 대필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연구를 소개한다. 저자가 파피루스에 필사할 전문가가 필요하거나 세련된 문장가가 필요할 때 혹은 자신이 쓸 수 없는 상태에서 대필자를 사용했을 것이며, 예외도 있으나 종결부에서 육필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고대에 대필자들에 관한 더 특별하고 명확한 역할과 자유의 범위는 언급되고 있지 않다.”고 진술한다.

 

III. 바울서신과 대필자

  김문현 박사는 외적 자료에 대한 연구를 토대로 바울도 어느 정도는 대필자를 사용한 것으로 추론하고,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 그 추론(증거)을 정당화 한다. 첫째, 바울서신의 서두 인사말에 언급되어진 다수의 이름들과 그에 상응하는 1인칭 복수의 사용이 공동저자를 나타내는 척도라는 프라이어(Michael Prior, 1989) 견해는 타당치 않고, 공동발신자들이거나 동일화를 의도한 표현이거나 혹은 대필자 사용에 대한 단서이다. 둘째, 바울이 “서명(자필)”로 인사말 쓰는 것은 그가 규칙적으로 비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셋째, 서신들의 배경 문맥과는 달리 각 서신의 특정한 부분에서 발견되어지는 독특한 문체나 문학적인 특징들은 대필자 사용을 증거한다. “어느 정도의 극단성에도 불구하고, 성경 외적인 증거와 성경자체의 자료들로부터, 바울이 대필자를 사용했다는 가능성은 명백한 것처럼 보인다.”는 말로 결론을 내린다.

  그리고 김문현 박사는 바울이 비서에게 준 자유 유형이 무엇이었는지, 비서가 바울서신에서 문체와 내용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 더 자세히 이해할 수는 없다고 말하고, 대필자의 성격과 재능, 그리고 그 서신의 성격에 따라 거기에 맞은 대필자를 사용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IV. 나가는 말

  김문현 박사는 대필자의 사용 여부가 사도의 권위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에 영감성이 흔들려야 하는 이유가 없다고 확신한다. 그리고 대필자의 역할과 영향력이라는 연구 과제를 남겨둔다.

 

 

<논찬>

 

  그레코-로마 세계의 서신 작성 이론(Greco-roman epistolography)에 관한 이해는, 자료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작성자와 연대가 확실하지 않으며, 서신 작성 지침서도 서신을 일관되게 보지 않고 있으며 서신 이론과 실제 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등의 한계가 있어, 연구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현 박사는 야심차게 ‘바울과 대필자의 관계’ 그리고 ‘대필자의 영향력’이라는 논제를 제시한다. 특히 후자의 제시는 독자의 시선을 주목케 하기에 충분했다.

  김문현 박사는 고대세계 서신 작성 관행과 바울서신 자체의 언급을 토대로 바울이 대필자를 사용한 것이 확실하다고 많은 지면을 할애해 추론하는데, 이는 거의 개론화된 내용이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이 전제해도 좋았을 것이다. 아쉬운 점은 주요 논제가 되어야 할 ‘대필자의 영향력 혹은 자유’에 관해서는 연구의 한계를 언급하며 갑자기 그친 점이다. 본 논찬자는 연구자가 앞 주제보다 이 주제를 심도 있게 연구하길 기대했다.

  대필자의 영향력 혹은 자유에 관한 일반적 설명을 보자. 고대 서신 작성에서, 대필자의 역할은 단순히 받아 적기에서부터 공동저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바울의 대필자 역할은 그의 영적 은사, 그에 대한 바울의 신뢰성, 바울 자신의 상황(자유 혹은 투옥, 여행 혹은 한 도시에 기거) 등에 따라 다양했다. 대필자는 바울 서신 작성에 상당한 영향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대필자는 때로 서신들의 실제적인 구성에 있어 상당한 자유를 부여받아 저자의 생각과 문체를 자신의 것들과 조화하여 적절히 가공 정리했다. 대필자의 영향력 혹은 자유와 관련한 바울서신 부분은 서신 종결의 한 형식인 자필서명이다. 대필자의 도움으로 서신을 작성한 경우, 일반적으로 서신 종결부에는 평강 기원과 인사나 날짜 혹은 후기 등으로 구성된 자필 서명이 있다.

  바울의 대필자 역할 및 자유에 관한 간략하지만 흥미로운, 이희용 박사의 연구에 주목해 보자. 로마서의 필사자인 더디오는 믿음 안에서 바울과 친분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로마 교인들과 주 안에서 깊은 믿음의 교제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는 바울이 성령의 인도하심을 받아 불러준 말을 생생하며 좋은 문장으로 기록했을 것이다. 고린도전서 필사자인 소스데네(고전 1:1)가 자문역할과 고린도 교회 상황 전달 역할을 했을 것이다. 골로새서 필사자인 디모데는 공동저자로서 바울의 생각과 중심을 이해한 채 기록했을 것이다. 이희용 박사는 필사자들을 바울 서신을 완성하는데 기여한 그의 동역자로 평가하며, 필사자가 바울과 수신자 간의 의사소통 역할을 했다는 견지에서 숨겨진 동역자로 부른다.

  김문현 박사는 나가는 말에서 갑자기 ‘사도의 권위’와 ‘영감성’이라는 새로운 주제를 제기하는 인상을 준다. 이것이 대필자와 관련한 주제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나가는 말에서는 연구 요약과 의의를 언급하는 것이 관례이다. 이 주제가 관심사였다면 처음에 논제로 삼고 연구를 개진했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문현 박사는 바울의 대필자 역할에 대한 주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고찰할 수 있도록 상기해주는 역할을 했다. 바울의 대필자는 기록자인가, 편집자인가, 공동저자인가, 작문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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