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 사성암에서 내려와 아내의 제안으로 바람결에 춤사위를 보이는 억새가 있는 섬진강 강가로 내려갔습니다.
섬진강은 저에게 위험한 놀이터였습니다. 여름철이면 탁히 놀만한 곳이 없던 시절, 온 종일 놀아도 놀 수 있는 놀이터였습니다. 특별한 수영복이나 수영도구 없이도, 그저 옷만 다 벗으면 원없이 수영을 즐기며 놀았던 추억의 놀이터죠.
그러던 어느 여름날 제대로 수영도 못하던 철부지가 그만 섬진강 급류에 휘쓸리며 어우적거렸던 기억이. 마을 어른들은 강변 소나무 그늘에서 잔치 중이라 꼬마 아이가 죽어가는 것도 모르고 흥겨워 했었죠. 다행히 갓 해군을 제대한 분의 도움으로 구출되었습니다. 그러니 섬진강은 저에게 위험한 놀이터였습니다.
지난 추석에 가족과 추억 깃든 섬진강에서 잠시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내는 가을 분위기를 잡고, 아들은 은어를 낚아 보겠노라고 특수 장비를 제작하고, 딸을 바위에 걸터 앉아 음악을 듣습니다. 아내과 딸이 억새밭에서 보이는 다정한 모습에서, 딸이 엄마의 친구가 되어 주는 아름다운 장면을 봤습니다. 가족은 친구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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