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할 까요,
아니면 '다녀 오겠습니다.'라고 인사해야 할까요?"
점심을 먹으로 온 딸이 문을 열고 다시 학교로 가면서 머뭇거리며 말한다.
날씨가 좋으면 1박 2일 번개휴가를 덕유산 향적봉대피소로 떠난다고 예고없이 말했기에.
딸은 수능 입시를 1년 100일을 앞둔고2로, 방학 중에도 보충수업 중이다.
"그래 너는 열심히 공부해라. 엄마와 아빠 그리고 동생은 번개휴가를 떠난다."
그러자 딸은 "그럼 안녕히 다녀오세요."라고 인사한다.
아내는 시간과 전쟁이다.
말그대로 번개 휴가인지라, 밥 준비, 간식 준비, 옷가지류 준비 등으로 정신이 없다.
왜냐하면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타고 일단 설천봉에 가야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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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적봉대피소에 도착해 짐을 풀고, 일몰을 즐길 곳을 찾았다.
일몰을 배경을 연출해 줄 모델을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주변을 빙빙돌다 결국 모델을 찾아 결정했다.
결정한 모델은, 먹구름 사이로 뻗어나오는 빛에 실루엣 자태를 보인다.
남덕유산으로 가는 능선에는 안개가 피어 올라, 일몰 빛을 한 모금 가득 담고 있다.
작년 한 사진작가는 "살아있는 구상나무를 모델로 삼아 보시죠."라고 조언을 해 주었던 말을 기억하고 다른 모델을 찾아 담아 본다.
드디어 일몰 연출이 시작된다. 높은 하늘은 가을 분위기의 청명함이 있으나, 지면에서 피어오른 안개를 일몰 빛을 받아 멋진 무대로 만든다. 그러자 죽은 모델 주목은 고고한 자태로 살아 춤춘다.
오른 팔은 세안을 감싸 안는다.
절정의 시간이다. 무슨 말을 하랴. 그저 숨 죽이고 감상하는 것 외에.....
이번에는 바위 능선을 모델로 선정하니, 출렁이는 해안 일출 모습을 보인다.
죽어서도 천년을 간다는 주목과 아직 살아 있는 구상나무의 조화 속에 덕유산 일몰은 황홀하지 그지 없다.
단 몇 그루의 구상나무 가지가 보인 여유의 곡선은 일몰 빛 받은 안개에 매력 만점을 받는다.
인고의 세월을 지켜온 님에게는 이런 아름다움이 평범일 뿐일까.
막 해가 졌건만 달은 벌써 한참을 달렸던가 보다.
매직하워가 지나고 어두움이 진해졌으나, 나의 시선은 덕유산 계곡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를 찾는다.
작년에도 같은 시기에 1박 2일 번개휴가를 덕유산 향적봉대피소에서 일몰을 감상하며 보냈다. 작년에 이은 번개휴가 일몰 감상은 올 해도 우리 가족에게 자연의 미를 여유롭게 감상하는 행복한 시간이 되었다.
"내일 일출은 어떻까?" 일출을 기대하니 잠이 오지 않는다. 그러나 등산객들은 코를 골며 깊은 잠에 취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