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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털이 나홀로 1박 2일

[사는 이야기]/자전거 감성여행

by 에이레네/김광모 2019. 8. 24.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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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절 오후,

점심 수저 내려놓기가 바쁘게 주섬주섬 짐을 챙겨 1박 2일 떠난다.

여름 털이 구름질이랄까.


가고 싶은 곳을 딱히 정하지 않고

대둔산 언저리 길로 고산으로 가서 무주에도, 

그리고 대전으로 오겠다고.



이리로 갈까 저리로 갈까,

어곡리-만목리-대덕리, 처음 달린 길이라는 의미가 있다.


물한재터널을 향해 오르는데 자전거가 말썽이다.

뒷드레일러를 두어 차례 조정하며...

물한재터널-반암리 내리막 주행은 상쾌하다.

갈팡질팡하면서 운주에 이른다.


그래, 고산이랬지.

오르막 길을 오르는데 비가 내린다.

그냥 맞지 뭐. 비와 땀으로 흠뻑이다.

경전까지 내리막 길을 달려 달려.



삼기삼거리에서 쌂은 옥수수 유혹을 뒤로 하고

고산으로 향하는데 빗줄기가 제법 굵다.

어두워지기도 시작한다.

우선 쉬며 비도 피하고 저녁도 먹어두자.

정수원에서 차림표를 봐도 한사람을 위한 음식이 없다.

그래도 1인분을 차려주신다기에.

꿀맛이라 두그릇을 꿀꺽.


어둠을 벗삼아 대아저수지 길을 지나고

동상저수지도 지난다.

어둠에게 묻는다.

"내가 가는 길이 어둠인가?"


항암 투쟁하는 성 생각을 하기도.

기도!


용연천 물줄기를 거슬러 올라 운장산휴게소로 오른다.

또다른 벗, 들짐승을 만날까 두렵다.

드문드문 팬션에서는 여유로운 웃음소리가 들린다.

그런데 나는 긴장하며 어둠이는 벗을 헤치고 오른다.

고도 50m에서 시작한 오름은 

운장산휴게소에 오르니 고도 500m이다.


구름이 지나며 비를 세차게 뿌린다.

잠시 비를 피할 곳을 찾으려도 앞이 보이지 않는다.

비를 벗삼아 내리막 길을 즐길 수밖에.

내처삼거리에 이르니 90km 이동했다.

10km를 더 이동해 운일암반일암까지 갈까.

"아냐, 여기서 쉴 곳을 찾자."


외처시마을 입구에 한적한 정자가 있다.

"딱이다!"

냇가에 내려가 알탕(?)하고

우비를 바닥에 깔고 침냥에 들어가 

아내, 딸, 아들에게 안부를 전한다.


"[에이레네 김광모] [10:34 PM] 대둔산을 돌아, 운주을 지나고, 고산에서 비가 오기에 쉴겸 저녁 먹고, 으악 새우탕 1인분에 15,000원이나! 대아저수지을 지나 운장산 고개에 이르니 비가 다시 내리네요. 운일암반일암에 이르기 전에 정자가 있어 노숙하기로 하고 계곡에 가서 냉수마찰하고. 비는 주룩주룩... 주께서 내게 자비로 함께하시니, 감사 감사 ^.** 90km 이동, 누적획득고도 1,300m"


잠이라는 벗을 부르는데 다가오지 않는다.

비바람이 들이치며 침냥을 적신다.

뒤척뒤척...

자다깨다, 자다깨다...


동트기도 전에 일어나 

주섬주섬 짐을 챙겨 둘째날을 시작한다.

운일암반일암에 이르니 채채 6시도 안 됐다.

캠핑카에서 휴가 막바지를 즐기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데 

조금은 부럽다.

"어쩌겠는가!"

운일암반일암의 자연스러움 그대로가 멋이듯

나도 나대로 멋을 즐겨야지.





주천면면사무소 가까이 가게에서

아침으로 먹을 수제햄버거, 우유, 구운달걀, 사과 등을 사서

길가 정자에서 먹는다.

정자에서 노숙에 이어 정자에서 외식이다.


동쪽에서는 일출 빛이 새어나온다.

갑자기 비바람이 세차다.

용담호 호돌이(호수를 한바퀴 돌기) 하려 했는데...

아쉽지만 귀갓길을 재촉기로.


우비를 행겨입고 한참을 한참을 달리니

비가 그쳤다.

아, 우비를 잃었다.

대전시티즌 팀우비, 좋은 것인데...


금산백령성 오르막 길, 

"아, 힘들다."

고도가 채 300m도 안 되는데.

잠을 못 자서 그런가.


다시 갑자기 소나비가 내린다.

우비가 없어 바람막이로 대처하고

백령성비 정자에서 비를 피한다.

비가 잦아들자 길을 서두른다.

하하, 내리막 길은 신남!


진산으로 가며

"진산성지순례길을 넘어볼까."라는 생각을 했으나

다음 기회에 하기로.


진산부터 대전까지 공도와 옛길,

다시는 자전거로 달리고 싶지 않다...

힘들게 안영 뿌리공원에 이르러

다리 밑에서 사과 둘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내리쬐는 햇볕과 씨름하며 집으로,

페발 밟기가 힘들다.

"작년 가을에 어떻게 백두대간 언저리 길 1,250km를 넘나들었지!"


집에서 아내표 냉콩국수가 꿀맛이로다!


계획을 세워 이른 아침부터 달렸다면,

170km, 누적고도 1,900m를 하룻길로 소화할 수 있었을 텐 데.

올 가을에 탐험할 좋은 길을 구상한다.

고당리~운일암반일암 기대에 설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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