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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부부 속리산 산행기

[사는 이야기]

by 에이레네/김광모 2015. 6. 10.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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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내일 뭐해요?"

아내는 쉬는 날인데도 일터에 나가보겠다고 한다.


"에이... 산에 갑시다!"

늦은 밤 시간인데, 아내는 도시락 준비에 돌입한다.


지난번 주왕산 산행 때는 잠을 못이뤄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다섯 시간이나 충분히 잤다.


대전을 출발해 이른 시간에 속리산 국립공원 입구에 당도해

아침 햇살에 더 품위 넘치는 정이품송을 아련한다.





속리산 산행할 때 주목해야 할 대상은 소나무이니,

잘 보라는 의미로 공원입구에 자리한 松田이 재촉하는 발걸음을 잡는다.




나무를 감상하고 다시 걸음을 재촉하는데

아내는 나무(젖가락)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고 한다. 


"나무는 중요하지! 가서 가져 올께..."


매표소에서 4천원 * 2명에 해당하는 입장료를 지불하고

일주문을 통과하고 법주사를 끼고 우측 길로 접어 든다.


계절적으로 딱히 시선을 쏟을 대상이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저수지 바위에 남생이가 보이며, 작은 다리 밑에는 피라미 떼가.


태평휴게소 - 목욕소 - 세심정휴게소 길은 거의 평지인 듯하다.

그래도 우측 계곡 물이 쫄쫄 흐르니 산을 오르긴 오른다.

마치 단조로운 삶처럼.


가파른 산길을 승합차가 먼지를 일으키며 오른다.

근 십리 길을 걸어왔는데, 뭐지?


용바위골휴게소를 지나 조금 오른 지점에서 

바위 위에 좌정한 소나무를 보며 '자리(position)'을 묵상한다.

"그래, 자신의 자리에서 사는 거야!"




녹음이 우거진 유월에 빨간 파라솔이 시선을 잡는다.

자연과 부조화를 시도하는 저건 또 뭐지?

보현재휴게소와 냉천골휴게소에 있는... 그야말로 쌩뚱맞다!


아내 말대로 요염한 함박꽃송이가 있어

마음이 진정된다.

 




문장대사거리를 향한 경사길, 아내는 나보다 가볍게 오르는데 예상밖이다. 

주말 연일 축구와 탁구에 이은 산행이라 힘들 수밖에!


문장대에 올라 시원한 산바람 사방 풍광을 감상하는 순간,

지친 몸과 마음은 바람결에 날려가고 새로운 기운이 감돈다.


아내의 소원 또 하나가 이뤄졌다.

"할머니께서 60대에 오르셨다는 문장대에 나도 오르고 싶다!"











문장대사거리 너럭바위에서 신선대 - 입석대 - 천왕봉 능선을 여유롭게 감상하고

나무 그늘 탁자에서 찰밥을 김과 오이소박이로 반찬 삼아 허기진 배에 포만감을 붓는다.


70대 어르신 세 분이 옆 탁자에서 식사하시다가

묵과 석갈비를 나눠주시는데, 사양할 순 없었다.


신선대로 가는 능선의 한 가위에 자리한 이름모를 님을 아련한다.

자주꿩의다리! 

첫 만남에 감격스럽다.






신선대에서 풍광을 보려는데

시야가 가린다...


급경사진 하산 길, 긴장을 유도한다.

등산 길로 잡았더라면 큰 고생을 했겠구나.


경업대에 이르러서야 속리산의 또 다른 매력에 푹 빠진다.

상고대나 설화 작품을 담아본다.





2박3일 여행하는 한 중년부부는

고생을 자처했다며 투덜거리다 서로 멀찍이 떨어져 내리막길 걷는다.


냉동 딸기를 하나씩 하나씩 입에 넣으며 갈증을 달래고

세심정에서 세족하며 다시 새로운 기운을 얻는다.


중년부부에게 여름산의 매력은 다시 산을 부르게 한다.

아내와 행복한 걸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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